은빛 억새바다의 가을노래, 강원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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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성남시조이누리 조회 1,196회 작성일 19-10-14 15:30본문
깊어가는 가을, 민둥산에 은빛 억새가 춤춘다. 산행을 부추기는 유혹이다. 들에서 지천으로 피어나는 흔한 억새라지만 약 66만㎡ (20만 여 평)의 산 정상을 뒤덮은 억새의 군무는 황홀경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등산은 미리 겁을 먹고 피하기 마련. 하지만 올해 가을만큼은 눈부신 억새군락을 향해 걸어보자. 아이도 땀 흘려 마주한 풍경 앞에 감탄을 쉬지 않는다. 힘든 산행 뒤 편안하게 쉴 리조트와 곤돌라 타고 즐기는 양떼목장, 예술과 추억이 공존하는 삼탄아트마인 등 강원도 정선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코끝 간질이는 억새꽃, 민둥산억새군락
민둥산은 해발800m에 자리한 발구덕마을과 거북이쉼터를 지나 해발 900m 지점의 간이휴게소까지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다. 1,119m의 정상까지 약 1.3km, 산행은 편도로 30~40분 예상하면 된다. 평소 잘 걷는 아이라면 무난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아이에게 에너지가 될 달달한 간식과 생수 등은 꼭 챙겨가자. 민둥산억새꽃축제기간에는 일반차량 진입이 제한되니 아이와 함께라면 콜택시를 이용해 정상부근까지 오르길 추천한다. 산길을 따라 걸으면 울창하게 뻗은 소나무, 잎갈나무 숲이 인사한다. 엉겅퀴, 닭의장풀, 오이풀, 메꽃 같은 야생화와 화려한 달걀버섯도 산행을 응원한다. 버섯의 경우, 식용과 독버섯 구분이 모호하니 아이들에게 절대 만지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한다.
가쁜 숨을 가다듬고 ‘깔딱고개’를 넘어서면 핑크빛 억새가 고개를 내민다. 7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억새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7부 능선 이후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된 까닭은 과거 화전민들이 산에 불을 놓아 잡목을 태우고 밭을 일궜기 때문. 1974년 이후 화전 경작이 금지되면서 민둥산의 능선은 생존력 강한 억새가 자리 잡았다. 억새가 가을과 만나 은빛바다가 되었다.
민둥산은 정상부의 분화구처럼 꺼진 돌리네 지형이 산행의 백미다. 지억산, 함백산, 지장산, 가리왕산, 태백산 등 수묵화로 그려진 고산준봉을 배경으로 억새꽃길을 걷는다. 사실 헤쳐 간다는 말이 정확하다. 성인 남자보다 키가 큰 억새가 사이로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듯 정상으로 향한다. 말끔한 정상석과 데크, 망원경이 반긴다. 떨어진 억새꽃을 주워든 아이는 코끝을 간질이며 꺄르르 웃는다. 화려한 단풍에서 느끼지 못한 수수한 가을의 장엄함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11월 4일(일)까지 민둥산억새꽃축제도 열린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다. 방문객들은 곤드레 나물밥과 콧등치기 국수 등 향토 음식을 맛보거나 떡메치기와 감자전 만들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정선의 청정 자연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과 약초 등도 할머니들의 손길이 더해져 맛있게 담겨있다. 축제와 함께 일정이 된다면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열리는 정선오일장도 함께 들르자. 가을 단풍철(10월 13일 ~ 11월 3일) 기간 동안에는 매주 토요일 주말장이 따로 운영된다.
‘매에~’산 정상에서 만나는 양떼목장
곤돌라타고 산 정상 푸른 초원의 양떼목장을 만나러 가보자. 해발 1,340m 고지대에 서면 장대한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하이원리조트는 겨울이면 설원을 배경으로 스키어와 보더들의 천국이 되지만, 겨울시즌 오픈 전까지 관광곤돌라로 운영 중이다. 하이원관광곤돌라를 타고 ‘마운틴탑’ 까지 오를 수 있는데, 그 정상에 동물농장이 기다리니 아이와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해발고도 1340m의 마운틴탑으로 향하는 곤돌라는 총 연장 2,832m로 왕복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마운틴허브 중간 터미널에서 잠깐 정지한 후 정상으로 향한다. 곤돌라 밖으로 보이는 강원도의 청정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경치 지루할 틈이 없다. 아이와 함께 가르마처럼 난 슬로프에 곧 하얀 눈이 채워질 것을 상상해보자. 단, 기상상태에 따라 운행이 불가할 수 있으니 미리 전화로 운행여부를 확인하고 가자. 곤돌라에 유모차와 탈것 모두를 실을 수 있으니 가져가는 것이 좋다. 정상에 도착하면 양, 조랑말, 염소, 새 등 동물농장이 너울 치는 능선을 배경으로 자리한다. 곤돌라가 운영한다면 관람과 체험 모두 가능하다.
정상에는 국내 레스토랑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 레스토랑도 있다. 하이원 8경(景) 가운데 하나인 이곳은 전체가 45분 동안 360도 회전하며 주변 풍경을 입체적으로 감상하기 좋다. 식사 또는 차 한 잔하며 쉬어가도 괜찮겠다. 곳곳에 설치된 포토 스팟도 잘 마련되어 있다.
밤낮으로 즐거운 하이원리조트 100배 즐기기
아이와 함께라면 마운틴 콘도를 추천한다. 8개 동, 총 437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33평형부터 팬트하우스까지 크기가 다양해 대가족이라도 모두가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마운틴콘도 A동 1층에 위치한 유아놀이방과 키즈라이브러리, 게임월드 등의 부대시설도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너른 잔디광장 좌측에는 레포츠 놀이동산이 있는데,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아끄는 건 당연지사. 미니기차, 슈퍼바이킹, 꿀벌스윙, 유로번지, 크레이지점프, 우주전투기 등 놀이동산을 방불케 한다.
밤이면 하이원과학관에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과학관에 입장하면 아동서적이 잘 갖춰져 있다. 과학관은 돔영상관람, 시뮬레이션 별자리체험, 천체망원경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총 체험시간은 40분.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고, 집중하기에 적당하다. 프로그램은 오후 2시부터 매시간 정시에 운영하므로 시간에 맞춰가는 것이 좋다. 돔 영상은 별자리와 우주, 천체와 관련한 주제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해 볼만하다.
힐링과 휴식포인트, 운암정
하이원 그랜드호텔 잔디광장 옆에 위치한 운암정은 허영만 원작의 만화와 드라마 ‘식객’에 등장하는 최고의 한정식 식당 세트장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아이와 쉬어갈 힐링 장소로 꼭 들르기를 추천한다. 약 4,270㎡의 규모에는 향정관, 다례관, 식객관, 중정, 운암루, 운암지, 정원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운암정 대문은 백운산 정상의 주목 뿌리로 만들어졌는데, 들어서면서 그 기품과 목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에 운암정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마실 거리와 간식거리를 구매할 수 있다.
운암정 놀이마당에선 활쏘기, 제기차기, 투호, 지게 등 전통놀이 체험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잘 가꿔진 전통마당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카페 메뉴는 커피는 물론 곶감수정과, 오미자차 등 전통차를 맛볼 수 있으며 아이스크림도 함께 판매한다. 정선 수리취떡과 수리취와플도 별미다.
다시 캐내는 예술에너지, 삼탄아트마인
운암정에서 자동차로 15분. 수직갱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함백산 자락에 위치한 삼탄아트마인. ‘삼탄’은 우리나라 대표 탄광 중 하나였던 삼척탄좌, ‘아트마인’은 탄광의 영어식 표기인 ‘콜 마인(Coal mine)’을 뜻한다. 어린 아이는 물론 젊은 부모 세대도 낯선 ‘탄광’에 ‘예술’ 옷을 입어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더욱이 삼탄아트마인은 지난 5월 열린관광지 조성사업 이후 개보수를 끝내고 노인, 장애인, 영유아 등 누구나 편하게 다녀갈 수 있는 여행지로 거듭났다. 유모차나 휠체어 이동에 전혀 무리가 없고, 단차 없는 주보행로와 쉬어가기 좋은 휴게공간까지 갖췄다. 폐광은 다시 모두에게 열렸다.
삼탄아트마인은 실제 폐광을 그대로 활용한다. 그래서 열린관광지 작업이 더욱 필요했던 셈. 본래 관광지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건물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작업을 거쳤다. 삼탄아트마인의 본관은 삼척탄좌 시절 종합사무동으로 사용됐던 곳으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삼탄아트센터에 들어서면 4층에서부터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특히 엘리베이터 통로는 전천후 가림막이 설치되어 날씨에 관계없이 이동하기 편리하다. 유모차로 이동할 경우 각 층을 관람 후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면 된다. 3층에서는 삼척탄좌의 작업일지, 급여명세서 등의 자료와 수직갱 조종 종합운전실 등의 박물관을 만난다. 2층은 세계미술수장고와 기획전시실 등이 있으며, 샤워실 갤러리가 눈에 띈다. 1층에는 광원들의 작업복을 빨던 대형 세탁기와 탈수기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아트 숍과 예술놀이터에서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다.
야외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탄광에서 사용하는 기계를 제작 수리하던 공장은 빈티지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으로 변했다. 해발 832m에 자리해 ‘레스토랑 832L’ 이라는 간판이 붙었다. 아이는 돌멩이를 주워 나르고, 탄광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들어갈 기세다. 아무리 설명해도 ‘석탄’의 개념을 쉽게 알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건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정암사
삼탄아트마인에서 약 1km 거리에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으로 꼽히는 ‘정암사’가 있다. 적멸보궁은 불상대신 부처의 정골사리를 모신 법당을 뜻한다. 보통 첩첩산중에 들어앉은 사찰과 달리 자동차로 바로 접근이 가능한데다, 천연기념물 제 73호로 지정된 열목어서식지도 함께 있어 아이와 두루 둘러보기 좋다. 사찰 입구에는 유모차 진입로, 장애인화장실이 갖춰진 ‘평창동계패럴림픽 연계 접근성이 개선된 화장실’이 있어 편리하다.
정암사 주차장에서 사찰까지는 도보5분이면 충분하다. 정암사는 적멸보궁과 범종각, 육화정사, 요새채 등이 있으며 적멸보궁 뒤쪽으로 산 중턱에 위치한 보물 제 410호로 지정된 수마노탑을 바라볼 수 있다. 함백산 자락의 산 속을 고요히 산책하며 절에 쌓인 돌탑에 아이가 작은 돌을 올린다. “훨훨 날 수 있게 해주세요.” 라며 조용히 속삭이는 아이의 순진무구함이 사찰의 공기를 더욱 맑게 만든다.
수마노탑으로 오르는 길은 돌계단과 손잡이가 있어 아이와 함께 가기에 큰 무리가 없지만 계단 간 높이가 있으므로 잘 잡아줘야 한다. 수마노탑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지고 온 마노석으로 만든 7층 모전석탑인데, 탑에서 바라보는 정암사의 풍경이 운치 있다. 층층이 쌓인 돌 사이로 풀들이 자라는데, 그 때문 인지 생명의 탑처럼 느껴진다. 마노석은 보석의 일종으로 원석의 모양이 말의 뇌수를 닮았다고 해 ‘마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추천 여행 코스(당일 코스)
삼탄아트마인 → 정암사 → 하이원리조트 관광곤돌라(동물농장)
추천 여행 코스(2박 3일 코스)
첫째 날: 민둥산억새꽃축제 → 하이원리조트(하이원과학관) → 석식 및 숙박
둘째 날: 하이원리조트(관광곤돌라 탑승, 동물농장체험) → 중식 → 운암정 → 삼탄아트마인 → 정암사 → 석식 및 숙박
셋째 날: 정선아라리촌 → 중식 → 동강생태체험학습장 → 병방치스카이워크 → 귀가
여행정보
글, 사진 : 길지혜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8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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