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조이누리

여전히 아름다운 백제의 꽃,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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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성남시조이누리 조회 420회 작성일 22-03-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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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에서 보는 백마강

낙화암에서 보는 백마강

<탁류>의 작가 채만식은 백마강을 “금강의 색동”, “여자로 치면 흐린 세태에 찌들지 않은 처녀 적”이라고 표현했다. 금강 줄기에서 가장 맑고 빼어난 풍광을 지녔다는 의미일 테다. 이러한 백마강을 끼고 있는 부여를 처연한 백제의 마지막 수도로만 해석한다면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시들기 직전의 꽃이 가장 화려한 것처럼 부여에 남은 백제의 흔적은 여전히 곱고 눈부시다.

사비백제의 시간 속으로, 부소산성

부소산성은 입구의 관북리유적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백제가 538년 지금의 부여인 사비로 수도를 옮겼을 때, 이 지역에 왕궁을 짓고 123년의 찬란한 역사를 꽃피웠기 때문이다. 부소산 내에는 그 유명한 낙화암과 고란약수가 있을 뿐 아니라 백마강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사비백제로 떠난 시간여행의 첫 목적지로 더할 나위 없다.

부소산은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우거져 햇살이 뜨거운 한낮만 아니라면 여름에도 산책을 즐기기 좋다. 짧은 코스는 정문에서 왼쪽 방향으로 서복사터를 지나 낙화암과 고란사로 이어지고 1시간 30분 거리다. 오른쪽 방향의 삼충사와 영일루까지 모두 돌아보는 긴 코스는 넉넉잡아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날씨와 컨디션에 따라 방향을 잡으면 되는데 낙화암에서 고란사로 내려가는 길은 다소 경사가 급하고 비가 오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책로에서 휠체어나 유모차로 이동 가능하다.

부소산성 정문

부소산성 출입구 경사로

경사가 완만한 산책로

낙화암에서 고란사로 이어지는 계단

부여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여행지로 낙화암을 꼽았던 어르신들은 짧은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짙은 그늘과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걷는 내내 쾌적하다. 낙화암 정상엔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꽃 화(花)자를 쓴다.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궁녀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정자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백마강 전경이 덧없이 아름답다. 강가 절벽에 자리한 고란사 또한 삼천궁녀의 넋을 위로하려 지은 사찰이라 전해진다. 백제왕들을 위한 정자였거나 궁중 내의 불전이었단 의견도 있다. 지어진 목적과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이 고란사를 찾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사찰 뒤편의 고란약수가 바로 그것. 예부터 이 약수터 주변에서만 자라는 독특한 풀을 고란초라 불렀는데, 이 고란초의 효험 때문인지 고란약수를 한 잔 마시면 3년이 젊어진다고 한다.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한 노인이 약수를 욕심껏 마시다 결국 갓난아기가 되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전해진다. 어쨌거나 회춘하는 약수라고 하니 어르신들은 약수를 한 잔씩 마실 때마다 손가락을 꼽으며 즐거워한다.

우거진 숲길

경치가 아름다운 백화정

낙화암에서 바라보는 백마강

고란사 전경

백마강 절벽에 자리한 고란사

한 잔에 3년씩 젊어진다는 고란약수

고란약수 체험

고란사 아래에는 백마강을 따라 구드래선착장까지 운행하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운항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최소 승선인원인 7명을 채우면 수시로 출항하기 때문에 평일엔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 유람선을 타면 낙화암 절벽 아래 새겨진 우암 송시열의 글씨를 놓치지 말고 찾아보자. 구드래선착장에서 부소산성 정문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로, 굿뜨래음식특화거리를 지나기 때문에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좋다. 또 관북리유적 내에 옛 부여박물관을 리모델링한 사비도성 가상체험관에선 다양한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사비인의 생활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고란사 선착장

백마강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

우암 송시열의 글씨

관북리유적 전경

사비도성 가상체험관으로 변신한 옛 부여박물관

디지털 인터랙티브를 활용한 가상현실 체험

VR 가상현실 체험

굿뜨래음식특화거리 돌쌈밥

굿뜨래음식특화거리 연잎밥과 떡갈비

백제예술의 찬란한 마침표. 정림사지·국립부여박물관·능산리고분군

부소산성이 사비백제의 공간적 이해를 돕는다면 정림사지와 국립부여박물관, 능산리고분군은 문화예술을 집약적으로 볼 수 있는 여행지다. 특히 정림사지 내에 자리한 오층석탑은 우리나라 최초의 석탑인 미륵사지석탑과 함께 탑의 역사를 이야기 할 때마다 빠지지 않을 만큼 중요한 문화재다. 이들은 목탑의 양식을 석재로 충실하게 구현함으로써 우리나라 석탑 발전사 파악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웅장하면서도 단아한 백제의 멋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림사의 옛 모습은 박물관 1층에 재현돼 그 규모와 화려함을 짐작하게 한다. 오층석탑과 박물관 모두 관람동선을 따라 경사로가 설치돼 휠체어나 유모차와 함께여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정림사지 전경

정림사지 오층석탑

오층석탑으로 향하는 경사로

박물관으로 향하는 경사로

박물관 1층에 재현되어있는 정림사1

박물관 1층에 재현되어있는 정림사2

정림사지와 이웃한 국립부여박물관에는 백제인의 사상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국보 제287호 금동대향로가 전시돼 있다. 이 향로는 봉황이 서 있는 연꽃 봉오리를 한마리 용이 떠받치듯 입에 물고 있는 형태로, 뚜껑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삼신산의 풍경과 다양한 동물과 사람들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는 불교와 도교가 한데 어우러진 백제의 정신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리장치인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 부드러운 미소가 돋보이는 금동관음보살입상 등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유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전경

국립부여박물관 출입구 경사로

국립부여박물관 점자안내판

국립부여박물관 수유실과 유모차, 물품보관함

걸음을 멈추게 하는 백제금동대향로

백제인의 사상을 집약한 금동대향로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

금동관음보살입상

능산리고분군은 사비시대 백제의 왕과 왕족들이 묻힌 무덤, 왕실사찰인 능사의 절터, 수도를 보호하기 위해 쌓은 나성을 한데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이곳 절터에서 앞서 만나본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이 출토됐고 1호 무덤인 동하총에선 사신도와 연꽃, 구름 등이 그려진 백제의 고분벽화가 발견됐다. 동하총 근처엔 백제 마지막 왕으로 당나라에 끌려가 비운의 삶을 마감한 의자왕의 가묘가 눈길을 끈다. 기록에는 당나라 수도였던 낙양의 북망산에 묻혔다고 하나 오랜 세월 버려져 있던 것을 지난 2004년 흙만 겨우 수습해 묘를 만들었다. 번듯한 선왕들의 능과 달리 조선시대 양식으로 만들어진 조촐한 모양을 보고 있자니, 유난히 의자왕에게만 혹독했던 역사적 평가만큼이나 씁쓸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능산리고분군과 나성은 관람로가 잘 다듬어져 있어 산책하듯 걷기 좋다. 일부 계단으로 연결된 구간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할 경우 조금 돌아가야 한다.

능산리고분군 전경

왕실사찰인 능사의 유적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나성

벽화가 발견된 동하총

재현된 동하총의 벽화

조촐한 의자왕의 가묘

평탄해 걷기 좋은 산책길

재현 그 이상의 의미, 백제문화단지

승자의 역사는 촘촘히 기록되고 온전히 보전되는 반면 패자의 역사는 왜곡되고 지워지기 쉽다. 백제의 역사유적 역시 신라의 그것보다 많은 상상력을 요구한다. 사비 백제의 왕궁과 왕실사찰인 능사를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한 백제문화단지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반갑다. 앞서 관북리유적과 능산리고분군을 둘러 본 어르신들은 상상했던 건물을 실제로 만나곤 무척 흥미로워했다. 특히 그 높이가 38m에 달하는 오층목탑은 어르신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능사 뒤편으로 사비시대 귀족계층 무덤 일부가 복원되었고, 사비궁 왼쪽에는 한성시기 도읍인 위례성과 사비시대 계층별 가옥인 생활문화마을이 펼쳐진다. 백제문화단지는 평지에 들어서 어르신이 천천히 돌아보기에 편리할 뿐 아니라 모든 관람시설 출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돼 휠체어와 유모차 접근도 용이하다.

백제문화단지 전경

재현된 사비궁

재현된 능사

사비궁 내의 경사로

백제문화단지 외부 경사로

생활문화마을 경사로

백제문화단지에 가기 전 홈페이지를 통해 줄타기와 비보잉 등 다양한 상설공연과 체험프로그램 일정을 미리 챙기자. 또한, 백제문화단지 주변으로 롯데부여리조트와 아울렛, 아기자기한 한옥카페 등이 있어 부여의 핫한 매력을 즐기기에 좋다.

백제의복체험

백제의복체험 포토존

백제문화단지의 트램열차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어르신

롯데부여리조트 전경

한옥카페 합송리994

백제의 멋과 풍류, 궁남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인 궁남지는 서동요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물결 잔잔한 연못 주변으로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바람에 일렁이며 싱그러움을 더한다. 어느 계절이든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 좋고 특히 밤에는 야경이 멋스러워 주민들도 즐겨 찾는다. 7월 11일부터 서동연꽃축제가 시작돼 18일까지 이어진다. 축제때면 궁남지에 만개한 연꽃을 감상할 수 있는데, 오후가 되면 꽃봉오리를 닫는 연꽃의 특성상 이른 아침이나 오전 중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주말에는 다양한 문화공연도 마련되니 미리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하자.

궁남지 전경

궁남지 포토존

서동연꽃축제(부여군청 제공)

궁남지는 지난 2018년 열린관광지에 선정돼 새 단장을 마쳤다. 편의시설이 보완되어 어르신들이 여행하기에 부담이 없다. 동문광장에서 포룡정을 한 바퀴 돌아 서문광장에 이르는 900m의 무장애 관광 동선이 구축돼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다. 연꽃단지 대부분은 완만한 평지로 일부 폭이 좁은 나무다리를 제외하면 전체를 둘러보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열린 쉼터도 곳곳에 배치했다. 광장 입구와 포룡정 맞은편에는 시각·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촉지음성안내판이 설치됐고, 장애인화장실과 영유아거치대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궁남지 내에선 공공와이파이가 제공돼 여행자들이 편리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쉬어가기 좋은 정자

열린관광지로 접근성이 좋아진 궁남지

궁남지의 촉지음성안내판

평탄한 산책로

궁남지의 공공와이파이

이야기꽃 피우다, 송정그림책마을

지금껏 과거의 부여를 더듬어 걸었다면 이젠 현재를 만나볼 시간이다. 송정그림책 마을은 마을 전체가 한권의 그림책이자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동화작가인 특별한 여행지다. 마을 입구 찻집에 가면 어르신들이 직접 쓰고 그린 동화책을 만나볼 수 있는데, 어린 시절의 따스한 추억부터 마당 한편 작은 꽃밭까지 소소하지만 귀중한 이야기들이 가득 하다. 이들 그림책은 현장 구입도 가능하다. 찻집 창밖으로 나지막한 산자락을 따라 반듯한 논밭과 아담한 농가가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이곳에서 차 한 잔을 즐기며 걸음을 쉬어가도 좋겠다.

송정그림책마을 입구

송정그림책마을 포토존

송정그림책마을 찻집

마을 어르신이 쓰고 그린 책1

마을 어르신이 쓰고 그린 책2

마을로 소풍을 떠나는 어르신들

할머니도시락 세트

정성 가득 할머니도시락

마을이야기로 꾸민 윷판

송정그림책마을로 향하는 길, 요즘 SNS에서 소문난 포토존인 성흥산성에 잠시 들러보길 추천한다. 주차장이 협소하고 정상까지 가파른 계단으로만 연결돼 휠체어나 유모차 이동은 어렵지만, 걸어서 10여 분이면 사방으로 탁 트인 시원스런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산성 꼭대기에서 자라는 느티나무는 ‘사랑나무’로 불릴 만큼 로맨틱한 배경을 만들어줘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성흥산성 역시 백제시대 산성으로 백제부흥운동의 거점이 되었던 중요한 유적이라는 점도 기억하자.

SNS 핫플레이스인 성흥산성 사랑나무

성흥산성 오르는 길

성흥산성의 멋스런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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